삶의 향기/문학

2010 문화일보 신춘문예 심사평 - 시 부문

연서화 티스토리 2010. 1. 1. 10:19

 

2010 신춘문예 시 부문 심사평
불안한 청춘의 고통과 고뇌 긍정적으로 승화

 

 

심사평

시인 황동규(오른쪽), 정호승씨가 지난 12월18일 문화일보 회의실에서 시 본심을 진행하고 있다. 임정현기자 theos@munhwa.com
700여명의 투고자 중 최종심까지 올라온 투고자는 모두 11명. 이 중에서 강윤미, 이명우, 장예은, 최영숙, 정한희 등 5명의 작품을 최종적으로 논의한 결과, 강윤미의 ‘골목의 각질’과 이명우의 ‘붉은 도로’가 남게 되었다. 이명우의 경우는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뛰어나나 내용이 결핍돼 있다는 점, 삶의 체험을 시로 전환시키는 능력이 부족하고 설명적인 데다 과장이 심하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시는 아이디어로 쓰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열정으로 쓰는 것이라는 점, 아이디어에 의존하면 실패할 확률은 적지만 그런 시인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점이 이명우의 경우에 해당된다고 생각되었다.

반면 당선작으로 결정된 강윤미의 ‘골목의 각질’은 삶에서 우러나온 시가 진정 좋은 시라는 점을 재확인시켜 주었다. 이 시는 불안한 청춘에 대한 고통과 고뇌를 골목이라는 구체적 삶의 공간을 통해 긍정적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특히 ‘전단지가 골목의 각질로 붙어 있다 붙어 있던/자리에 붙어 있다 어쩌면/골목의 뒤꿈치 같은 이들이/균형을 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다가/굳어버린 희망의 자국일 것이다’라는 부분은 호소력이 뛰어나다.

시는 상식적인 데서 발생하는 게 아니라 자기만의 삶의 체험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라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다는 점에서 강윤미의 앞날에 신뢰가 갔다. 다만 투고된 다른 작품에서도 그러했는데 시에 사족으로 여겨지는 부분이 더러 있어 아쉬웠다. 시에 사족이 있으면 완결미가 떨어진다. 시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는 게 아니라는 점, 침묵의 깊이가 더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아 한국시단의 샛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크다.

심사위원 황동규·정호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