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심평
신춘문예 예심, 단정한 시·관찰자적 소설 뚜렷
예심위원 : 문태준 시인, 김선우 시인, 소설가 윤성희, 평론가 손정수
2008 경향신춘문예 시·소설 부문 예심이 지난 14일 치러졌다. 이틀 앞서 12일 마감된 이번 신춘문예에는 시 2700여편(응모자 526명), 소설 375편, 문학평론 31편, 대중문화평론 32편이 응모했다. 시는 지난해보다 응모자가 50여명 늘었고 소설 응모자는 반대로 50여명 줄었다. 시 예심은 시인 김선우·문태준씨, 소설 예심은 평론가 손정수씨와 소설가 윤성희씨가 맡았다.
올해 시 응모작의 두드러진 경향은 ‘단정한 시’로 요약된다. “지난 몇 년간 유행처럼 번졌던 성과 신체에 대한 엽기적·폭력적 상상력이 많이 줄었다”(문태준), “좋은 의미에서 단정한 시작법(詩作法)을 구사한 시가 많았다. 이 때문에 다소 활력이 떨어지고 정체된 느낌이 있다”(김선우)는 평을 받았다. ‘미래파’ 논쟁을 거치면서 실험성을 내세운 난해한 시들에 대한 비판이 있었는데 신춘문예 투고자들이 시단의 이 같은 경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뒤따랐다.
시의 소재면에서는 “절박한 자기 체험이 부족하다”(문태준), “삶의 진정성에서 나오기보다는 학습되고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소재를 쓴다”(김선우)는 이쉬움을 남겼다. 문태준씨는 “사물에 대해서건, 세계에 대해서건 골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시에 대해 너무 막연하게 생각하거나 시 한편에 많은 의욕을 담는 것은 둘 다 시가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작은 현상에 대해 골똘히 생각해 자기만의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투고자 가운데는 40대 중반이 두꺼운 층을 이뤘으며 코스피, 내비게이션, 퀵서비스 등 경제와 도시생활의 속도감을 이야기하는 시들이 새로 등장했다. 몸과 마음의 고통을 털어놓는다거나 가족에 대한 사랑을 전하는 시는 여전히 단골메뉴였다. 김선우씨는 “치유와 위로로서의 시 쓰기, 연말이면 시를 써서 신문사에 부치는 축제로서의 신춘문예라는 성격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시는 12편이 예심을 통과했다.
소설 투고작의 성격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실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상상이라든가 이미지가 중심이 되고 있다”(손정수), “인물이 움직인다기보다는 특별한 상황이나 공간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한다”(윤성희)는 특성이 나타났다. 자기 고백과 체험으로서의 서사보다는 사회 현상이나 주변에 대한 관찰자로서의 시선이 강화된 것이다. 손정수씨는 “1인칭보다 2인칭 형식이 늘어나고, 사물의 시점으로 된 이야기가 많아진 것도 이 같은 경향과 관련된 것”이라며 “크게 보면 자아에 대한 관념이 변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사보다는 문장의 글쓰기’라는 게 공통분모다.
윤성희씨는 “엄살을 떨거나 징징대는 신세 한탄조의 작품이 사라지고 감정을 객관화시킨 것은 장점으로 보인다”면서도 “인물이 소설을 끌어가야 하는데 소극적 자세로 일관하기 때문에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답답함이 있다”고 말했다. 20대가 많이 응모한 반면, 그들이 생각하고 체험한 공간이 너무 좁거나 뜬금없이 느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소설은 9편이 예심에서 걸러졌다.
올 신춘문예 결과는 시·소설 본심과 문학평론·대중문화평론 심사(예심 없음)를 거쳐 21일 당선자에게 통보된다. 작품은 1월1일자 경향신문에 발표될 예정이다.
〈한윤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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