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예심평
노동문제 빈농 가난 등 어두운 소재 거의 찾아볼 수 없어
소설, 시의성 있는 주제 드물고 도식적 스토리 전개에 아쉬움

◇신춘문예 예심 심사위원들이 투고작들을 면밀히 살피고 있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진명, 김영남 시인, 소설가 권지예, 문학평론가 박철화, 소설가 정길연씨.
2008 세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과 시 부문 예심이 끝났다. 예심위원 5명이 소설 11편, 시 25명을 본심에 올렸다. 문학평론 부문은 예심 없이 바로 본심이 진행된다. 심사위원들은 “문학을 파고드는 열정적인 청년이 많아 든든하다”면서도 “신인임에도 눈치보지 않고 자기 맘대로 휘두르는 패기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예심위원들에게 올해 신춘문예 응모작품 경향을 직접 들어봤다. 각 부문 당선작은 세계일보 2008년 1월1일에 발표한다.
▲단편소설 /권지예
단편소설 예심을 보면서 아직도 문학에 대한 시퍼런 꿈을 잃지 않고 있는 ‘문학청년’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다. 10대에서 70대까지의 응모자들을 보면서, 정작 문학 독자의 수용층은 제한적이고 나날이 얇아지는데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적 욕구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고 넓게 분포되어 있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아무런 사전적 지식이 없어도 작품을 보면 성별이나 연령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고령층은 고령층대로, 젊은 층은 젊은 층대로 응모자들의 소재가 너무 패턴화되어 있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중장년층의 많은 응모작에도 블로그나 홈페이지 등 인터넷 관련 소재가 중요한 소통의 도구로 나왔다. 아직도 문학이 소통의 도구라면, 인간존재의 근원적인 소통에 대해 고민한 작품을 찾아내기 위해 나는 고민했다.
▲단편소설 /박철화
소설은 언어예술이어서 물론 말을 잘 다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적어도 기본적인 문장과 언어감각을 갖추고 있는 작품은 많았다. 아마도 인터넷 공간에서 컴퓨터로 글쓰기가 익숙해진 덕분이리라. 그렇지만 소설은 그 말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말로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이 더욱 필요하다. 그것이 없을 때, 말은 좋은 문학이 될 수 없다. 매끈한 작품을 여러 편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그 때문. 신인의 패기만만한 말을 보고 싶었다. 거칠더라도 가능성을 가진 말, 신춘문예의 존재이유는 그런 말을 찾아내는 일이 아닐까? 그래도 위안이라면,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보여준 작품은 적지 않았다는 것. 그 가운데 몇 편을 추려내는 손길은 그래서 조심스러웠다. 행운이 있기를!
▲단편소설 /정길연
자주 거론되다시피, 전반적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보여주기보다는 요즘 많이 읽히는 작가들의 작품 경향이나 형식에 묻어가려는 안일한 창작 태도가 두드러졌다. 시의성 있는 주제가 드물었고, 개인의 아픔에 기댄 작품조차 지루하게 늘어놓거나 결말이 빤한 도식적인 전개에 머물렀다. 기대했던 만큼의 참신하고 치열한 문학정신을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응모작의 수준은 고른 편이었으며, 문학이, 특히 소설이 죽었다고 말해지는 시대에 아직도 많은 문청들이 어디선가 언어와 씨름하고 있다는 사실이 반갑고 고마웠다.
▲시 /김영남
투고한 시 소재들이 매우 밝았다. 노동문제 빈농 가난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다룬 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컴퓨터 내비게이션 냉장고 다운로드 등 일상적인 소재와 삶의 이야기를 다룬 시가 대부분이었다. 모두가 자기만의 삶과 글쓰기에 몰두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기본이 안 된 글, 상투적인 표현, 시인지 산문인지 구분이 가지 않은 글들을 우선적으로 골라냈다. 따뜻하고 빛나는 시들이 여럿 눈에 띄었다.
▲시 /이진명
작품들의 수준은 아주 처지는 것들 빼고는 그만그만하였다. 거칠지만 패기와 진취성, 독창성을 보여 예심위원을 놀라게 하는 작품은 못 만났다. 기존 시를 닮은 듯한 폐해에서 벗어난 참신한 작품을 몇 편 거둘 수 있는 즐거움은 있었다. 전체적으로 언어와 체험, 사유, 상상의 융합에 대한 고민과 자각은 깊지 못해 보였다.
정리 심재천, 사진 남제현 기자 jayshim@segye.com
'삶의 향기 >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2008 경향신문 신춘문예 예심평 (0) | 2009.12.06 |
|---|---|
| 2008 조선일보 신춘문예 예심평 (0) | 2009.12.06 |
| 2008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 방 (0) | 2009.12.06 |
|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시 (0) | 2009.12.06 |
| 2010년 신춘문예 (0) | 2009.12.06 |